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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플레이투스테이지 - '열하일기만보' 로 취임 첫 공연 올리는 인천시립극단 강량원 예술감독 2017-04-01 11: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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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플레이투스테이지의 55회 출연자는 연극연출가 강량원이다. 강량원 연출가는 러시아에서 연극연출을 공부했고 1999년 '극단 동'을 창단하여 배우의 신체 행동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연극을 만들었다. 또한 '월요연기연구실'을 열어 지금 이 시대와 세계, 인간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연극형식과 연기메소드를 개발해왔다. 지난 해 12월에는 인천시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동아 연극상 새개념연극상(2009),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2008), PAF연출상(2008) 올해의 연극 베스트3 (2010) 올해의 공연 베스트7(2010) 올해의 연극 베스트3(2013) 동아 연극상 연출상(2016), 동아 연극상 작품상(2016), 올해의 연극 베스트3(2016), 올해의 공연베스트7(2016)을 수상했다.


* 플스 55회 방송 바로 듣기


플스 55회 게스트. 인천시립극단 강량원 예술감독


Q. 이번에 올리는 '열하일기만보'라는 작품을 소개한다면?

ㄴ 오는 7일부터 16일까지 인천시립극단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하일기만보'를 공연한다. '열하일기만보'는 조선 시대 최고의 천재문장가라 불리는 연암 박지원이 쓴 여행기 '열하일기'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창작한 연극이며 대산문학상, 동아연극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배삼식 작가의 작품이다.

'열하'라 불리는 마을에서 말 한 마리가 갑자기 인간의 말(言)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괴한 소동을 그리고 있다. 우화극이며 인간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다루고 있다. 꼼짝달싹 못 하고 삶의 굴레에 묶여있는 우리 인생에 대한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우화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하며 새로운 삶의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연극이다.


Q. 이 작품을 (시립극단) 첫 연출작으로 택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ㄴ 인천시립극단 배우들에게 기존에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연극 혹은 연기방식을 통해서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인천시민들에게도 재밌고 의미가 담긴 공연을 하고 싶었다. '열하일기만보'가 아주 어울리는 공연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열하일기만보'는 20명이 출연하는 대작이다. 공립극단이 아니면 쉽게 하기 힘든 대작이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Q.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을 공부한 것으로 안다. 이번 작품이 사실주의 연극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어떤가?

ㄴ 연극을 하는 사람 특히 배우들에게 러시아는 스타니슬랍스키라는 이름만으로도 성지와 같은 곳이다. 그러나 그는 사실주의 연극만을 지향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메테를링크의 '파랑새'를 연출하기도 하였다. 스타니슬랍스키는 오히려 희곡을 그대로 옮기는 연극이 아닌 배우가 중심이 되는 연극을 꿈꾸었다. 그래서 그의 제자들인 박탄코프나 메이에르홀드처럼 반사실주의 연극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도 생겨난 것이다.

스타니슬랍스키가 개발한 연기론은 사실주의 작품뿐만 아니라 모든 연극 스타일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그는 연기의 기초를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극이 발달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이론이 우리의 전통극 양식에도 충분히 접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하일기만보'는 한국의 전통놀이나 극양식을 상상하게 만드는 희곡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연희 양식과 서양식의 연극양식을 접목하는 시도 하려 한다.


연극 열하일기만보 연습사진


Q. 예전에도 인천에서 연극 활동을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가?

ㄴ 대학 때 함께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배들과 졸업 후 인천에서 극단을 만들어 활동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하였다. 인천은 예전부터 한국산업의 중심지였다. 그만큼의 다양한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드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지역 문화의 스토리텔링을 고민한 것이다.

그런데 대학동아리 활동에서 배운 정도를 가지고는 프로극단을 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자 좀 더 배운 다음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극단을 해체했다. 그리고 나는 러시아유학을 다녀왔고 이후에도 인천 민예총이 주관한 연기 워크숍을 통해 인천의 배우들과 공부하며 함께 작품을 올리기도 하고 인천에서 열린 '제1회 함세덕연극제'에선 '해연(海燕)'을 연출하며 활동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시립극단에서 '인천 노트'라는 작품의 연출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아 시립극단 배우들과 처음 작업을 하게 됐는데 무척 재밌고 좋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립극단의 예술감독을 맡게 된 것 같다.


Q. 주위의 동료연극인들이 인천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질문은 없었는가?

ㄴ 연극인들은 보통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관객을 만나고 싶은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특정한 지역이나 집단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하는 것이다. 그래서 두 가지를 함께하는 연극인들이 많이 있고 나도 그런 경우였다. 청소년들이 많은 장소에 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눈다거나 도서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이야기를 채록해서 함께 나눈다는 것이 연극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그 안에서 동네마다 이어져 온 역사와 색깔이 다른데 그것들이 점점 사라지고 획일화되어가고 있다. 이런 것들을 살리고 싶었다.


Q. 대학로 부근에서 연극작업을 할 때와 지역에서 연습할 때 다른 점은?

ㄴ 대학로 부근에서 연극작업을 할 때보다 특정한 내용을 가지고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할 땐 작품의 의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참여하는 사람들 각각이 독특한 의미를 갖고 적극적인 입장이 되는 것 같다.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공동체 의식도 느낄 수 있다. 이는 지역 활동이 주는 장점이다.


연극 '베서니 집' 공연 사진


Q. 극단 동(動)을 소개해 달라.

ㄴ 극단 동은 모스크바에서 창단되었다. 함께 공부하던 유학생들과 '스타니슬랍스키 시스템을 그대로 하기보단, 우리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실험해봐야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나눴고 그런 뜻을 모아 만들었다.

'극단 동의 연극'이라고 호칭될 만큼 우리의 연극은 독특한 양식이 있다. 우리 연극은 사실주의 연극과는 거리가 좀 있다. 배우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언어가 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마임과도 같은 느낌도 있다. 처음엔 낯설지만 자주 보면 나름대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엔 많은 관객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극단 '동'의 작품 스타일을 좋아하고 기다려주는 관객이 꽤 많이 생겼다.


Q. 만약 자신의 작품을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관객이 있다면 그냥 편하게 보아달라고 말하고 싶은가?

ㄴ 그렇다. 그림도 사실적인 그림이 있고 추상화가 있듯이 사실적인 그림을 보는 것처럼 추상화를 보면 안 된다. 그렇게 추상화를 감상하면 작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가오는데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감각이 다가와 문을 두드리는 걸 느끼게 된다. 익숙한 감각이 아닌 낯선 감각을 느껴보는 것도 삶의 새로운 경험이다. 이런 경험은 여러 가지 다양한 연극관람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작품을 보다 보면 이ㄹ른바 '보는 근육'이라는 것이 생긴다.


Q. 초보 관객에게도 같은 입장인가?

ㄴ 무용이나 클래식을 볼 때는 관객들이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보러 간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연극을 볼 때 관객들은 '우리의 삶과 닮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연극이 꼭 드라마를 지향하지 않더라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현대무용이 난해해도 그냥 보듯이 연극도 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손홍규 작가의 '투명인간'이라는 작품을 한 적이 있는데 안 좋은 관객 후기가 올라왔다. 그런 후기를 올리는 것 자체가 오히려 그 관객에겐 연극이 준 좋은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관객에겐 일상을 벗어난 새로운 자극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감상이 항상 좋고 달콤한 것이 아니다. 때론 거부하고 싶고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도 예술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극의 내용을 이해하고 공감해서만이 좋은 것이 아니다. 새로운 감각적인 만남을 갖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 사람들의 낯선 감각을 깨우기 위해 예술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연극 '게공선' 공연 사진


Q. 극단 동(動)의 연기훈련법이 체계적이고 운영방법이 독특하다고 알고 있는데...

ㄴ 몸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을 하다 보니 관객들이 많은 질문을 한다.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스스로 만들기 위해 어떤 연극을 하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2007년부터 '월요연기연구실'을 시작해서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 모여서 사람의 움직이는 원리를 연구한다. 인간의 움직임이 자신으로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것을 주로 탐구해왔다.

그렇게 해서 뻗어 나간 결론이 '내가 나의 행동의 주체다'라는 것을 넘어서 '우리 또는 우리 사회가 행위의 주체자다.'라는 것이다. 예술가는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성찰하고 고민해야 하며 그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 연기방법이 수동적인 듯 보이지만 배우의 입장에서 자신을 돌아봤을 때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신이 움직임의 주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일종의 해방감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를 이해하게 되면 관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게 된다. 예술이 재미를 추구할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어떤 하나의 생각들을 공유하는 교감의 장으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을 원한다.
이런 고민을 지속 하다 보니 이제는 우리의 메소드나 시스템을 가지고 온전히 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연극 플레이업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는데 내가 추구하는 메소드를 배우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배우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Q. 본인만의 연출 스타일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연극이라는 게 꽤 많은 시간 동안 '문학적'이었다. 대사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배우들이 무대에 서서 대사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세상을 표현하는 건 말뿐만 아니라 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몸으로 움직이면서 대화하고 표현하는 방법이다. 대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신체적 감각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신체를 더 많이 개방해 감각하고 세계를 구체적으로 만날 것인가를 고민해서 표현하는 방법이 '신체 행동법'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극을 만들려고 한다.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까 배우들이 몸으로 그것을 표현하게 되고 관객들도 몸의 감각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는 연극인 것이다.


Q. 민간예술가나 단체들 입장에선 공공예술단체들과 협업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문턱이 높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이런 점을 보완할 계획이 있는지….

ㄴ 인천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이어주는 가교 구실을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올 9월에 예정된 인천시립극단 '가을 연극 페스티벌'이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상주 작가로 일하고 있는 창작자들과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창작자들이 시립극단 배우들과 협업을 통해서 공연한다.
개별 작가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인천과 인천시립극단은 새로운 창작자들에 의해 신선한 바람을 만들어갈 것이라 기대한다.


Q. 인천시립극단의 비전과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 있다면?

ㄴ 인천시립극단에서 일하게 되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공립극단에서도 대학로에서와 같은 실험을 이어가겠느냐'라는 우려 섞인 질문이었다. 하지만 모든 예술은 실험이라고 생각한다. 실험하지 않는다면 '구태'와 '답습'을 반복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공립극단의 실험은 민간 사립극단과는 다를 것이다. 새로우면서도 동시적인 것,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인천시립극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시립극단이 '생산'하는 연극은 모든 시민을 위한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연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작품이 선정되고, 최종 상연되는 모든 과정까지 시민이 참여하고, '피드백'을 나누는 시스템을 고민 중이다.


플스 55회 방송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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