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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존재 가치 Memories 2017-02-12 15:37:11
그냥커피 조회2,579

요즘 대학로에는 볼만한 연극이 별로 없다.

연애물이거나 코미디 물이 대부분이다.

너무 그런 류의 극 들이 많다보니 연극의 메카 대학로가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높아지는 임대료를 감수하려면 대중성을 선택 할 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기도 하겠지만, 수작을 기대하는 일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무척이나 씁쓸하기 그지 없다.

연극이 고파지는 봄을 맞아 괜찬은 작품을 찾는건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러다 찾아낸 연극 한 편이 '메모리즈 Memories'라는 연극이었다.

이 연극은 기억과 존재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세가지 에피소드로 된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 있고, 2인 다연 방식으로 되어 있어 두명이서 에피소드의 다른 인물 여섯명을 연기한다.

무대는 최소의 오브제로만 구성해 관객의 상상을 극도로 자극하며,
극작과 연출을 한 극단 뾰뿔 대표 '김관'씨와 관객 중 한명이 스텝으로 참여해, 극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관객과 극작가, 배우가 하나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것을 매우 세련되게 유도해 내며 작가의 유머 감각을 더불어 즐길수 있다.

주요 스토리 라인은 스포일러가 될 듯해 생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가이드만 이야기 하자면 이렇다.
이 연극은 시대의 어두움을 피하지 않고 정통으로 마주하며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직설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미줄 처럼 엮인 인물들의 인연을 처절한 비극으로 끝내면서 처절하고 통렬히 비틀어 비판 한다.

표면적인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로만 볼 수도 있겠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면 작가는 철학적인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무엇으로 입증하는 것인가를 말이다.
아마도 이 연극 스스로가 그것에 대한 답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더불어, 선이 굵은 연기를 선보이는 이승구씨와 미소년 같은 유윤주씨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극이 추구하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받쳐 주고 있어 아낌없는 박수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봄의 한가운데서 좋은 연극을 찾고 있었던 관객이라면 이 연극이 그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듯 하다.

<공연개요>
공연명 : Memories (부제 : What a wonderful world)
공연기간 : 2016년 4월 28일 ~ 5월 8일
공연시간 : 평일 8시 / 토요일 4시, 7시 / 일요일 4시
공연장소 :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작, 연출 : 김관
출연 : 이승구, 김효진, 김동해, 유윤주 (더블 캐스팅)
조연출 : 유아람, 황주연
아트디렉터 : 김민재
조명디자인 : 김종석
무대디자인 : 정유정
프로듀싱 : 류성, 김종석, 이정미, 한덕균, 김온빈
제작,주최 : 극단 행 / 극단 뾰뿔 / 경험과 상상
후원 : 극장나무협동조합 / 새봄출판사 / 유니콘사운드
관람연령 : 고등학생 이상
공연시간 : 약 90분 (인터미션없음)


*플티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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