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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뭐라고 부를 것인가? 뮤지컬 ‘투명인간’ 2017-04-16 23:45:16
그냥커피 조회2,809
[corrupted]
"뮤지컬 `투명인간`은 마트 노동자들의 인권 탄압과 노동조합을 결성해 그에 맞서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방금 언급한 뮤지컬 내용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가?
그렇다.
필자 역시 같은 느낌이었다.
나와는 크게 상관없으며 왠지 좀 거북한 단어들이 눈에 거슬리는...
안타깝게도 사용된 단어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그 고결한 뜻이 오염되어 버렸다.
"노동(勞動) :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 경제학에서는, 생산 요소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봄."
"인권(人權) : 사람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평등 등의 기본적 권리"
"노동조합(勞動組合) : 노동자들이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만든 노동자의 사회단체를 말한다. 줄여서 노조(勞組, Union)라고도 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노동에 대한 인권 보장 운동은 군사정권과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기득권에 의해 그 가치가 폄하되고 오염되어 버린다.
촛불에 의해 박근혜가 탄핵되어 구치소에 수감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노동의 가치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음을, 대통령이 되겠다는 어느 누구의입에서도 입발린 단어마저 찾기 어려움으로 대신 되어 진다.
뮤지컬의 한 장면
[그래서]
아, 좋다. 이 뮤지컬!
이 뮤지컬을 보고 나면 드는 첫 생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재미난 데 슬픈, 가벼워 보이지만 땅에 질질 끌릴 만큼 묵직하게 작금의 현실을 다룬 소극장 뮤지컬이 있을까 싶다.
이야기는 마트 노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현된다.
틀림없이 2017년을 관통하는 이야기임에도 부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권 탄압과 노동권 말살로 철철 넘쳐난다.
팩트가 주는 녹록지 않은 현실의 두려움과 고통이 신랄하게 와 닿는 묵직함이다.
그러나 이 뮤지컬은 그것을 고통스럽게만 다루고 있지 않다.
유쾌함과 웃음, 재미로 어두운 그것을 살포시 가려 버렸다.
[어떻게]
짧은 에피소드의 질질 끌지 않는 빠른 전개가 리드미컬하고 경쾌하며 설득력이 좋다.
등장인물들과 함께하는 생생한 라이브 반주와 신나는 음악은 그것에 힘을 실어준다.
반복과 해학이 주는 유머코드의 쾌감도 좋다. 대사 속에 숨겨놓은 보물들이 터져 나오는 느낌이다.
또, 생생하고 쫀득한 살아있는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이 굉장하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들을 마트 한 편에서 계속 만나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정도이다.
무대를 넓게 활용하고 소품과 연기, 노래가 뒤섞여 나타났다 사라지는 진행은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즐거움까지 준다.
[숨겨진 은유]
'투명인간' 무대
꼬인 현실을 빗대 계속 이렇게 꼬이다 보면 굵은 동아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읊조리며 비참한 현실을 이겨보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은 결국 노동조합을 만들기로 작정한다.
그 결심의 날, 쏟아지는 비를 뚫고 하나둘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빨간 우산을 썼다.
그렇다. 굵은 그 빗줄기는 그들의 현실이며 시련의 상징이며 붉은색 우산은 목숨을 걸듯 결연히 저항하는 그들의 숭고한 핏빛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오염돼버린 고결한 뜻을 되살려 달라고 외쳐대기만 하는 것으론 현실은 바뀌기 어렵다.
우리는 살아야 하고 생활은 지속되어야 한다.
삶을 지탱할 힘을 기르고 건강해야 한다.
밝고 즐겁게 웃고 떠들며 활력을 북둿워야 지속될 수 있는 삶의 기본 구조이다.
연출가가 숨겨 놓은 저항의 표식은 즐겁고 유쾌한 노래 속 삶의 의지에 숨겨놓은, 의미가 퇴색된 고결한 단어들에 대한 헌사이다.
뮤지컬 '투명인간' 포스터
출연 : 목정윤Jung Yun Mok 이정아 이승구 류성 정윤희 오혜진 김한봉희 이지혁 설도희 이영매 한덕균 안진영 이승진 송승민 신현경 김좌훈 김하은 김민진
작/연출 : 류성
음악감독 : 이정아
무대디자인 : 정유정 (Yu Jeong Jung) 이종승
음악 : 박성석
조명 : 김좌훈 유아람
제작 : 김지호
제작 : 극단 경험과상상 노동문화발전소협동조합

* 2017 플티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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