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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시원의 햄릿공주> 고시원에서 꿈을 쫓아보지만... 2017-05-19 09:38:57
딱따구리 조회2,672




연극 <고시원의 햄릿공주>

관람날짜 : 2017.05.13 3시
관람장소 : 소극장 공유

한 마디 후기 : 예술이 언제쯤 밥도 먹여주고 죽음도 막아줄까.





연극의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저승의 망자를 가두는 공간이 줄어들자 일시적으로 죽음을 막아야하는 저승사자. 이들에게 처음 죽음을 막아야하는 인간은 고시원에서 희곡을 쓰는 극작가 정수정이다. 그녀의 자살을 막기 위해 정수정의 무의식 속을 훔쳐보는 저승사자. 그 속에서 죽음의 이유를 찾고 이를 막으려 한다.

참 재밌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주는 작품이다. 죽음을 막아야하는 저승사자가 죽음을 막아야하는 아이러니가 극 초반 흥미와 즐거움을 안겨주고 죽음에 관해서는 희곡 <햄릿>에 대한 고찰이 극을 풍성하게 만들고 결국 극 마지막 정수정의 결심이 극을 기억하게 만든다. 88만원 세대라고 하는 현 20-30대. 서울의 상상초월의 집값에 점차 변두리로 내쫓져지고, 숨조차 쉬기 힘든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다. 죽도록 노력하지만 노력하는만큼 인정받지 못하고, 노력의 댓가는 처참하며, 매일 다시 해보겠다고 결심하지만 그 결심조차 뭉게뜨리는 그런 사회. 꿈과 희망과 거리가 먼 나라다. <고시원의 햄릿공주>는 그 속에서 고시원 사람들과 펼쳐지는 청춘물이라 생각했는데 극 초반부터 내내 진지하게 <햄릿>을 읽는 수정을 보면 이 극의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이 된다. 저승사자들이 찾은 죽음의 원인은 너무나 단순했다. 단순하게 돈에 관해 자존심을 긁는 것이 죽음의 원인이라 여겼다. 하지만 사람이 그리 쉽게 죽음을 선택할까. 수정이 햄릿의 독백 '죽느냐 사느냐'를 읽을 때, 나는 그 대사가 "죽을 수 밖에 없느냐, 살 수 밖에 없느냐"라고 들렸다. 하지만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녀에겐 많이 부족했던 듯 하다. 우리사회가 그녀가 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

극의 내용은 참 재밌고 참신하며, 속편이 나올 것 같은 전개였다. 특히 저승사자 '공경'과 '허참'에 대해 깊이 다뤄지지 않았고 '공경'의 목적이 불분명해 속편이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두 배우의 케미도 꽤나 좋아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속편이 나온다면 또 보러 가고 싶단 생각도 했다. 또 고시원의 우울한 이야기를 진중하지만 우울하지 않게 이야기했으며, 등장인물간의 관계나 인물간의 갈등도 뚜렷해서 극에 집중도가 높았다. 특히 '보라'라는 캐릭터가 가장 강렬하고 안타까웠다. "너희는 하고 싶은거 하니까 좋겠다."라는 말이 그렇게 슬프면서 어딘가에 말을 해야 할 임금님귀 이야기 같았다. 솔직히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대사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만큼 감정이 담긴 대사였다. 그 외에도 라진이란 캐릭터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자세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뭔가 아쉬웠다. 라진이 천사인가 하는 나만의 해석도 생길 정도. ㅎㅎ 병진이란 캐릭터도 순수하고 귀여웠다. 캐릭터들이 어울려 옥상에서 노래부르고 기타치는 장면은 가장 즐겁지만 가장 슬픈 장면이기도 했다.

시의성도 띄고 극의 완성도도 꽤나 높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속편이 나온다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저승사자 '공경'의 정체는 무엇일까. 공경은 왜 그다지 인간의 감정에 잘 동화할까. 혹시 공경은 아직 살아있는 인간인걸까? 또 정수정의 죽음의 이유. 사실 나는 정수정의 자살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생각했던 자살이유는 돈 또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인데 그런 불안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은 주인공이었다. 그렇다고 고시원 주민들간의 다툼도 아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한 것에 이유가 있을텐데 대사가 귀에 들어오지 않아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이미 결정된 죽음"이라는 공경의 대사를 통해 죽음의 원인을 파헤지는 건 이미 의미가 없다라 추측해보지만 그래도 조금 더 어떤 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국회에 전시된 고시원의 현실. 사람 하나 누울 곳도 없는 좁은 단칸방에 겨우 사는 우리들의 현실. 이 사진 하나가 사람을 참 고독하게 만들었다. 제발 알아주길... 이곳에도 사람이 산다는 것을, 이 곳에서 청년이 꿈을 꾼다는 것을.




본 리뷰는 1기 플레이티켓 리뷰단 고소현의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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