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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뜻한 여운을 남겨준 연극 2017-06-01 14:30:20
구로동요조 조회2,649

지난 토요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바보 햄릿을 보고 왔습니다. 연극 내용을 읽기 전에 연극명과 포스터만 보았을 때 햄릿을 현대식으로 표현한 건가 싶기도 했었고, 그렇다면 왜 굳이 바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의아했습니다. 그 의문점은 시놉시스를 읽고 해결되었죠. 햄릿의 극 중 선왕이 노무현이라는 전제를 보고 왜 바보 햄릿이라고 연극명을 정했는지 이해가 가더군요.


사실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중에, 혹은 퇴임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명박그네의 지옥같은 헬조선의 시기를 직접 겪으면서 어렴풋하게 참여 정부 때가 살기 좋았는데 라는 생각에만 그치곤 했습니다. 사실 최순실과 박근혜의 비리가 터진 작년 연말 즈음부터 시작되고 현재까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 확실히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또다시 저러한 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을 만들지 않기 위한 국민으로서의 내 역할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해보고는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부러 찾아보거나 하진 않았네요. 다만 내 손으로 뽑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관심이 가게 되고, 그 분의 저서 중 운명을 읽게되면서 이 연극, 바보 햄릿은 꼭 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바보 햄릿은 조금 어찌보면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 고전 문학은 재미없고 어렵다라는 선입견이 있어서 더 그럴 수 있겠네요. 저도 공연을 보기 전에 햄릿과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며, 그를 통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극은 어렵기도 했지만 정말 참신하고 독특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담은 깊은 감동을 주기도 했구요.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실험극들을 몇몇 관람하기는 했지만 바보 햄릿만큼 참신한 연극은 없던 것 같습니다. 무대의 틀을 깨뜨린 작품은 몇몇 봤지만 관객의 좌석은 고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연극은 관객의 좌석의 틀까지 깨뜨렸다는 점에서 수동적인 관객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극 중 인물들의 대사들이 길고 조금 어려워서 한 자리에만 앉아서 보는 것이었다면 집중력이 좀 떨어질 수 있었을텐데 햄릿 친구 레어티즈를 연기한 김동현님의 익살스러운 연기와 관객석의 움직임이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켜주었던 것 같습니다.. 연극 중반에 배우들이 돌아가면서 연극에 대해, 자기가 맡은 배역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것도 참신했구요.


연극 초반에서 초중반까지는 무겁고 너무 진지한 것 같아 쉽게 집중을 하지 못했는데 객석의 움직임이나 배우들의 연기력, 잠깐의 쉬는 타임에 배우들의 소개 등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중반부터 후반까지는 극 중 극이라던지 레이저 영사기를 이용해 보여주는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신문 기사라던지 노무현의 탈 등의 각종 여러가지 장치들이 극을 좀 더 속도감있게 몰아가고 그에 따라 관객까지 몰입시키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나를 버리셔야 합니다.'

잘 몰랐던 퇴임 후 그분의 삶을 바보 햄릿을 통해 엿보고, 그 시기의 지식인들은 어떠했고, 나는 어떠했는지 돌이켜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그분이 말한 깨어있는 시민이 되기 위해 다짐하는 시간이었구요. 다시는 그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오랜만에 정말 참신하면서 또 관객들에게 심장을 찌르는 메세지를 담은 연극을 본 것 같아 뿌듯하네요. 앞으로 연극에서도 시민의 삶과 연결된, 정치적인 요소를 담고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연극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이후의 모든 바보햄릿!


플티리뷰단 1기 왕의선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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