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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타란티노? 여깄어! 연극 ‘밥상머리' 2017-06-09 14:58:41
그냥커피 조회2,775
얼마 뒤 극단 '구십구도'의 연극 '밥상머리'가 다시 공연된다고 한다. 이 연극을 보고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어 당시 작성했던 리뷰를 찾다 보니 아쉽게도 페이스북 타임라인으로만 작성되어 보관이 좋은 페이스북 노트 쪽으로 옮기며 다시 찬찬히 읽어본다.
젊은 세대를 아울러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만 같았던 그런 연극이었고 대사가 즐거웠던 연극이었었다.
어떻게 다시 무대에 올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하는 연극이다. 사실 손대지 말고 그대로 올렸으면 싶기도 한 그런 연극이다.
아래는 지난 2016년 당시 공연 리뷰이다.
2016년 공연된 극 중 한 장면 (인용 fr. 극단구십구도 페이스북)
[밥, 밥상머리]
이게 무슨 연극일까 싶었다.
뜬금없는 단어 '밥상머리'
나만 그랬을까? 어렸을 적 나는 밥상에서 형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놓고 으르렁 대다 아부지에게 겁나게 혼난 기억이 있다.
밥은 나를 비롯해, 아주 조그마 했던 나의 형제들에게, 형제임에 앞서 동물이었던 자신의 본능을 처절히(?) 일깨워 준 첫번째 매개체 였었다.
밥상 앞에 놓인 밥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그 '것'이 없으면 우리는 불과 얼마 생존하지도 못한다. (이정현 같은 인간은 그 '것' 없이 일주일 정도만 생존 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의 모든 삶은 그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으며, 마치 그 '것'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우리는 그'것'을 우리 밥상머리 눈앞에 갖다 놓기 까지 얼마나 많은 노고를 헌신해야 하는가?
하물며,
또한,
그 '것'을 쟁취하기 위해 포기한 우리의 자존감과 행복감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과연 얼마나 보상을 해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 들은 이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없는가?
불과 얼마 전까지도 우리는 우스개 소리로 밥먹기 위해 산다고 자조하기도 했으니, 존엄이고 자존이고 다 개나 줘라고 씨부리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연극 '밥상머리'는 어쩌면 우리 삶의 근원 중의 하나인 그 '밥상' 앞에서 이루어지는 한시간 반 동안의 이야기 이다.
극은 서른즈음의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한 시간 반의 시간을 고스란히 샤베트 처럼 살짝 얼려, 무대에 살포시 떠 담아 놓은 듯 하다.
마치 옛날로 돌아가 결혼 즈음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 일으킬 정도의 현실적인 고민들과 표현들로 꽉 차있다.
학교를 마치고 사회에 접어 들며 느꼈던 '거대한 벽'
극 속에 표현 된 청춘에게 그 '벽'은 여전히 존재 하고 있었고, 그 앞에서 여전히 허우적 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랫듯, 극의 주인공들은 현실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끝맺음을 한다.
그저 푸념이라도 해, 누군가라도 이 아픈 맘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길 원하면서 말이다.
2016년 공연된 극 중 한 장면 (인용 fr. 극단구십구도 페이스북)
[쿠엔틴타란티노? 여깄어!]
4인 극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이에서 오가는 대사는, 마치 자신만이 읍조리는 처절한 독백으로 가득한 1인 극 인 것만 같다. 네명의 캐릭터가 겪는 고민 모두,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 한 시간 반의 막 없이 진행되는 무대는 영화의 롱테이크와 같은 느낌을 준다.
끊임 없이 주고 받는 대사의 장단에서 만들어지는 리드미컬한 극의 긴장감은, 쿠에틴타란티노 영화의 극도의 긴장감 넘치는 롱테이크 씬 같으며, 코엔 형제 영화의 서사같은 실랄하며 치열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연극으로 경험하는 한시간 반 동안의 '롱테이크'는 영화의 그것 만큼 이상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고 할 만 하다.
올 가을은 일기장에 기록으로 남겨 둘 만큼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 수많은 일들은 우리가 대표랍시고 뽑아준 이 들로 부터 직간접적으로 발생되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그로인해 우리의 무책임한 행동이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된 해라고 할 법하다.
그래, 느그를 뽑은 우리가 잘 못 했다.
그렇지만, 우리.. 우리 탓 만은 아니라고 이제 까놓고 이야기 한 번 해보자.
그리고, 앞으로의 삶은 조금이나마 이것과 달라질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 한 번 해보자.
가슴에 난 상처일랑 후시딘으로 쳐발라가며 어디 한 번 졸라 버텨 보잔 말이다.
2016년 포스터 (인용 fr. 극단구십구도 페이스북)
[연극 밥상머리]
조연출 이미경
조명감독 강우빈
음향감독 이정희
사진/그래픽 김솔
영상 계영석
오퍼레이터 차호진
진행 송은석 김민주
[출연]
전태식 김정현
강정수 홍승오
정우찬 김민우
종업원 신선영 (Sunyoung Shin)

* 플티리뷰단 이재열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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