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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래된 편지, 30년의 우정을 느끼며... 2017-12-10 19:12:47
딱따구리 조회2,469



텀블벅 이벤트를 통해 더더욱 알려진 연극 <오래된 편지>.
많은 연극들이 무대에도 올라가지 못해 시간이 지나면 그저 흐려지고 기억속에서 잊혀진다. 근데 공연이란게 참 이상한게 정말 올릴 때가 있는 것 같다. 그 때가 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기뻐해주고 결국 공연에 사람냄새 나게 만든다. 연극 <오래된 편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성원에 힘입어 무대에 오른 공연입니다. 그래서 정말 고마운 작품이면서 미안하고 아쉬운 공연이죠.

본격 후기를 적어보자면, 빈틈이 많이 보이는 공연이지만 그럼에도 이오덕 선생님과 권정생 선생님의 30년의 우정을 느끼기엔 어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보다 나이가 10살이나 어린 권정생 선생님을 응원하며 그의 동화가 출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살아오는 이오덕 선생님.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통해 어린아이들에게 우리말, 우리글을 알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던 권정생 선생님. 두분이 만난 날은 며칠이나 될까. 하지만 두분의 30년의 우정은 놀랍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두 분의 우정은 어린이에 대한 애정, 나라에 대한 걱정, 그리고 우리말, 우리글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진행됩니다. 전쟁 후 일본어를 배워온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알려주고, 우리글을 쓰라고 격려하시는 이오덕 선생님. 하지만 이오덕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읽힐 동화가 없음에 한탄스러워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권정생 선생님의 <무명저고리와 엄마>라는 작품을 발견한 뒤 권정생 선생님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만남 이후 이뤄지는 편지는 광복이후 한극의 근현대사가 담겨있는 작품입니다. 한국전쟁, 유신정권, 518민주화운동, 그리고 이 편지는 이오덕선생님이 죽음으로 끝마치게 됩니다.

30년간 편지를 주고 받는 건 어떤 의미일까. 매일 집에 돌아왔을 때 우체통을 열어보고 반가워할 수 있는 것, 유난히 마음이 아픈 날 서랍 속 편지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글자에 빌어 해소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와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것. 다양한 의미를 가진 이 작품 속에서 30년의 우정의 그 묵직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간 흐름대로 전개가 되는 연극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의 흐름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연도가 중간중간 표기 되었지만, 배우들이 시간의 흐름의 차이를 보여주지 못해서 배경을 이해하는데 조금 힘들었어요. 멀티를 하던 배우들은 정말 연기가 출중해서 좋았구요! 주연 배우님들도 목소리가 참 좋아 좋았습니다.
이런 공연이 많이 무대로 올라가길...



* 플티리뷰단 고소현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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