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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Étranger],어느 것이 중심이 돼야 할까? 2018-08-25 02:07:19
마시마로 조회2,389



"마치 좀 전의 커다란 분노가 내 고통을 정화시켜주고
희망을 비워내주기라도 한 것처럼,
온갖 신호들과 별들로 가득 찬 이 밤에
나는 처음으로 세상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다."

-이방인 극 中


꽤 많은 관객들.
의문의 관.

의문을 남긴 채
그렇게 연극은 시작되었다.



뫼르소의 독백이 처음에는 낯설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자신의 모든 상황들을 셀프로 설명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가기에
금세 적응되었고, 몰입됐다.

문학작품을 가지고 만든 연극답게
언어 자체가 철학적이고 시적이었다.
그래서 바로바로 이해와 연상이 안되는 구간도 있었지만,
생각하면서 봐야 하는 점이 좋았고,
오히려 대사에 귀 기울이며 곱씹는 시간이었다.


결국 뫼르소는 재판에 피고인으로 올랐고
팩트가 아닌 주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해
마녀사냥을 당하며 유죄의 판정을 받는다.



요즘 사람들.
SNS에 노출이 되어있고,
어쩌면 나의 중심으로 살아가기보단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며
사회에 적응하고 맞추기 위해 
자신을 그 기준에 의하여 원만하게 다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가치와 판단에 맞춰진
획일화된 생각과 언행들.

결국 자신이 없는 허무한 삶.

하지만 뫼르소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이 공감해주던 주지 않던
어쩌면 엉뚱한 자신의 생각들을 소신 있게 말한다.
그게 참 멋있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품평당하며 난도질당할 때
어느 하나 주인공의 말을 귀 기울이지 않고
소문이 진실인마냥 소문으로 사람과 사건을 만들고 소설을 쓴다.
어느 것이 먼저일까,
어느 것이 중심이 돼야 할까?





연출에 눈에 띄었던 점은
제한된 무대를 보다 넓게 활용한다는 점이다.
어느 극단에서나 무대의 동선을 최대한으로 활용하겠지만
유독 그 부분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일반 연극치고 넓은 무대를
좀 더 배우들의 상황에 맞게
활동반경과 동선을 짰다는 점.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오고 가는 부분에
타임슬립이 느껴지게끔 한 연출기법.

그리고 영상 기법도!
초반에 뫼르소와 그의 연인이 같이 영화를 보는데
화면의 연출 또한 느낌 있었다.

음악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좋았다.
신과 신이 넘어가는 구간에
"이 음악이 없었다면?"을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그 정도로 신과 신사이를 음악으로 매끄럽게 넘겨주었고
그런 공백에도 흐름이 끊기지 않게 극에 몰입하게 해주었다.

글쎄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엔딩의 음악.
미국 서부의 카우보이가 연상되는 쓸쓸한 기타 솔로의 음악이었다.
개인적으론 올드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여튼 연출, 무대, 음악 모든 것에 공을 많이 들인 티가 났다.
어느 하나 어리숙하지 않고 매끄러웠다.




플레이티켓 김지혜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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