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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흑백 필름 영화 같은 연극 ‘이방인’ 2016-03-24 14:27:10
망원동 좋아요 조회2,448

연극 이방인은 죽음과 실존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건도 인물도 대사도 모두 그러하다.

그러나 나는 인물들의 관계에 더 눈이 갔다.

주인공 뫼르소는 건조하다. 타인과의 관계에 능동적이지도 수동적이지도 않다.

반면 다른 인물들은 관계에 집중하고 때로는 지배당한다.


뫼르소는 현대인의 내면 같다면 다른 인물들은 현대인의 외면 같다.

뫼르소는 극단적 혹은 이분법적인 관계를 강제하려는 인물들과 충돌한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마음과 감정은 점점 메말라가고 있지만 sns에는 온통 행복이 가득 차있다.

결국 사람들은 저마다 느끼는 괴리감에 괴로워한다.

연극 이방인은 이러한 현대인의 내적갈등을 공연으로 풀어놓은 하나의 유기체 같았다.

연극 이방인은 시종일관 무겁고 어둡고 진지하다.

그리고 길다.

140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물리적인 부담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늘어지거나 지루하지는 않다.

설득력 있는 조명과 빈 공간을 적절하게 매워주는 사운드는 작품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조명과 사운드는 학창시절 집중력을 높여주는 엠씨스퀘어를 귀에 꽂고 책을 읽는 것처럼 무대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연출은 원작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충분히 고민하고 소화하여 무대 위로 올린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정성과 세심함은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고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관객에게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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