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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웹툰의 맛을 잘 살린 참신한 연출이 돋보이는 연극, '사랑일까?' 2016-07-24 11:19:53
구로동요조 조회2,928

무더위와 장마기간이 겹쳐 더우면서 습해 사람들의 불쾌지수도 높은 요즘, 불쾌함과 찝찝함을 날려버리기 위한 탁월한 선택! 극단 여우별의 연극 '사랑일까?'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너무 더워서 괜히 짜증이 나고, 기운이 없을 땐 로맨틱 코미디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을 실천했던 것이죠!


연극 '사랑일까?'가 공연되고 있는 브로드웨이아트홀 3관은 혜화역과 멀지 않고,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다른 연극들과 달리 티켓팅은 지상이 아닌 에어컨이 빵빵하게 가동 중인 지하에서 이뤄졌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 1시간 전부터 티켓팅을 시작하며, 일찍 도착한 저는 습하고 더운 밖을 나가는 것보다 에어컨의 은총이 내리는 공연장 대기 장소에서 공연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넓은 장소는 아니지만 적정한 크기의 대기장소이며,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공연장에 일찍 도착하여 다른 곳을 헤메다 돌아오기 보다는 이 곳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어컨의 은총과 올레 와이파이까지 잡히는 최적의 조건이라 kt 사용자인 전 50분 남짓의 시간을 흡족하게 보냈네요.


공연 시작 시간 1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들어가서 살펴본 공연장은 시설이 깔끔하고, 쾌적했습니다. 소극장의 크기보다는 약간 큰규모의 공연장이었고, 2층 관람석도 있었습니다. 저는 무대의 왼쪽편에서 관람하였는데, 무대 끝 양 편에서 관람할 때에 무대 소품이나 배경, 배우들의 동선이 시야를 가린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어서 좋았습니다. 티켓팅을 늦게 하게 되어 무대 양쪽 끝에서 관람하게 되신다해도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될 듯 합니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무대 배경이나 소품을 눈여겨보았는데, 원작이 웹툰인 만큼 만화라는 장르의 느낌을 살리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무대 전면에 설치된 배경은 만화의 한 장면처럼 배경을 그려내었고, 추측하는 것이지만 무대 위 쪽의 액자같은 4개의 크기가 다른 네모난 조형물들도 만화의 한 컷을 표현하는 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드디어 공연 시작 시간이 다가오고, 극 중 만화가게 주인이자 남주인공의 친한 형인 허석과 다양한 까메오 역을 맡은 이원선님께서 관객들의 분위기를 띄워주시려고 나오셨습니다. 두 분을 선정해 작은 선물을 증정하고 관객들에게 '우리 연극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관객 참여를 유도할지 궁금했습니다. 요즘 대다수의 연극들이 관객을 철저히 극에서 떨어진 관찰자의 시점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이분법적인 공연이 많은데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추고 있던 저이기에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고, 무대 배경을 활용한 연출이 정말 눈에 띄었습니다. 공연 시작 전에 무대 전면에 배치되어 있는 무대배경에 다른 컷들은 배경이 그려져 있는데 배경이 그려져 있지 않은 3개의 컷들이 궁금했었습니다. 3개의 여백의부분을 여닫는 미닫이 문처럼 활용하여 열어서 배우들이 웹툰의 한 컷을 연기하는 식으로 표현해내다니! 특히 미닫이 컷을 사용하여 여주인공인 채두경과 남주인공인 예지웅의 개별 인물의 성격이나 그들의 직업, 그리고 왜 그 인물이 지금 현재의 아픔을 갖고 있는지 등을 긴 설명 없이 한 컷, 한 컷으로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연출이 신선했습니다. 사실 전 원작의 웹툰을 본 적이 없어 연극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는데 공연 도입부를 통해 대강 짐작할 수 있겠더라구요. 무대 배경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자면, 무대 양 옆에 위치한 배경판을 회전문처럼 돌리면서 다른 배경을 표현하는 부분도 신선했습니다. 다른 연극과 달리 소품은 의자이자 벤치, 책상으로 사용하는 정사각형의 나무 상자밖에 없지만 참신한 무대 장치들로 무대가 전혀 비어보이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자질구레한 소품이 늘어져 있는 것보다 필요한 것만 딱 있는 부분이 더 깔끔하고 좋았습니다. 어찌보면 무대에 소품이 없는 만큼 현재 극중 인물이 어떠한 곳에 있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극중 상황이 어떠한 배경인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다른 연극보다 중요할 겁니다. 배우들의 연기력을 믿기에 자질구레한 소품 없는 깔끔한 무대로 꾸몄을지 모르죠. 그들이 자신하는 만큼 배우 4명의 연기력은 정말 수준급이었습니다.


원작이 웹툰이다 보니 스토리의 핵심 자체가 개연성이 떨어지는, 육체적인 아픔과 정신적인 아픔이 서로 뒤바뀐다는 설정이라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을 놓고 연기하기가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웹툰이나 만화에서는 캐릭터의 말이나 행동을 과장하여 표현하는 부분들이 많은데, 채두경 역과 백희진 역의 여배우분들! 정말 웹툰 속에서 뿅하고 튀어나온 듯한 전혀 어색하지 않은 말투와 표정, 행동들을 보여주셨습니다. 정말 연기 잘하시는 것 인정! 특히 각각 멀티역을 맡으신 두 분, 이원선님과 윤채원님은 의상이나 헤어스타일 등의 작은 변화만으로 동적인 인물과 정적인 인물 사이의 연기를 위화감없이 소화해내시는 점들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또 하나 연극을 보면서 정말 좋았던 점은 배경음악입니다. 남여 주인공의 애정전선을 따라 흘러나오는 음악들의 선곡은 정말 제 맘을 울리더군요. 만일 이 연극이 영화나 드라마였다면 O.S.T 앨범을 사서 듣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적절한 배경음악 선곡들이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극으로 빠져들게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 해냈습니다. 앞 부분에 언급했었던 관객 참여 유도 또한 좋았습니다. 저도 2번째 줄에 앉아 관람했던지라 무술팀이 되어 공연에 참여했었네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웹툰의 방대한 양을 100분이라는 공연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연극 속으로 끌어들여 오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내용의 탈락, 삭제의 부분입니다. 여주인공이 비밀을 알게되어 상처를 받고 서로 떨어져 있는 기간을 표현해내는 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시간을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상처받았지만 내가 그를,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깨닫는 부분이 부족하다보니 그 후, 그 둘이 재회하여 남자주인공이 고백하는 그 이후의 사건들이 2배속 빨리감기를 한 것처럼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극의 마지막 진행 속도의 부분을 제외하곤 딱히 흠을 찾아볼 수 없는 잘 만들어진 연극이었습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면 갖추어야 할 빵 터지는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웃음과 알콩달콩함, 오글거림, 흐뭇한 미소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에 몸도 마음도 축축 쳐지는 요즘! 빵빵한 에어컨의 단비가 내리는 공연장에서 강력 웃음과 감동을 장착한 연극, '사랑일까?'를 통해 몸보신하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강력 추천합니다!



*플레이티켓 리뷰단 1기 왕의선이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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